신의 한 수 – 바둑과는 무관한 화끈한 복수극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다. 『타짜』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감싸고 있는 가운데, 전반부에는 『범죄의 재구성』의 느낌이 나고 후반부에는 『아저씨』 도 생각난다. 히트한 영화들이 떠오른다는 것은 아류작의 느낌이 난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간에 재미있다는 소리다. 2시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들어서 봤다.

이 영화는 내기 바둑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바둑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미생』이 아니다. 바둑을 인생에 비유한 『미생』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의 작품이기에 바둑 대신 화투를 하든 카드를 하든 장기를 하든, 무엇을 하든 전체 극의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이 영화는 액션 영화다. 그리고 복수극이다. 음모에 휘말려 형이 죽었기 때문에 그들을 죽이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기에 바둑이든 무엇이든 아무래도 좋다. 바둑이 포장지로만 쓰인 점이 단점으로도 지적되는데 사실 난 이래서 더 좋았다. 어차피 액션 영화에서 바둑을 깊게 다룬들 지루해지지 않겠는가. 『타짜』의 마지막 명승부도 속임수를 썼냐 안 썼냐가 포인트였지, 도박의 룰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처음부터 오락 영화다운 면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오로지 복수와 액션에만 기대를 하게 된 것 같다. 덥수룩한 바둑 기사가 교도소에서 환골탈태하는 모습은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았다. 『뮬란』에서 I’ll make a man out of you 가 흘러나오면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정우성의 모습에서 뮬란이 떠올랐다. 평범한 바둑 기사가 『아저씨』의 원빈 같은 인간 병기가 되는 설정 자체가 이미 현실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그저 『아저씨』같은 카타르시스만 주면 됐고, 이 영화는 그 부분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이범수와의 1:1 장면과 기원에서 딱밤 10대를 때리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딱밤을 거의 총알처럼 묘사한 과장법도 밉지 않았다. 게다가 잔인하기까지 했지만, 딱밤을 한대씩 때릴 때마다 대리만족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대결씬은 철저하게 비주얼을 의식해서 만든 장면 같았다. 검은 양복 무리 속에서 흰 수트를 빼입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검정과 흰색이라는 바둑알 색상을 떠올릴 수 있었고, 흰색 수트의 빨간피는 누가봐도 자극적이다. 그리고 이 액션씬은 흰 수트마저 너무나 멋있는 정우성이 다 살려냈다.

아무래도 속편도 나올 것 같은 마무리였는데,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우성이 평범한 바둑기사로 살다가 갑작스런 음모에 휘말렸기 때문에 프리퀄로 다룰 만한 내용은 없을 것 같고, 주요 인물들도 대부분 죽어버렸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가 궁금해서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정도 액션이라면 기대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