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리스트 ⑦ – 아홉번째,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

TV에서 여행 정보 프로그램을 방영하면 아무 관심이 없는데, 내가 다녀온 도시를 방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 저기 가봤는데’, ‘저기 좋았는데’ 같은 말을 하면서 빠져든다. 내가 다녀온 도시가 영화에서 보여지면 더 그런 마음이 커진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 난 아직 미국을 못 가봐서 유럽에만 한정하였다 🙂


비포 선셋 (Before Sunset) – 프랑스

2004 /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

비포 시리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다. 영화 속 시간과 실제 시간이 똑같이 흐르는 점도 좋았고, 무엇보다 엔딩의 여운이 참 좋았다. 난 비포 미드나잇 개봉 직전에 봐서 괜찮았지만, 이 영화를 개봉했을 때 봤다면 9년을 기다렸을텐데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 더불어, 파리의 세느강을 배경으로 한 풍경도 멋졌고. 그 매력이 한층 발한 포스터까지도 인상적인 영화다.


미드 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 프랑스

2011 / 우디 앨런 감독 /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애드리언 브로디 주연

본격 파리 관광 홍보 영화. 『비포 선셋』 보다 파리 구석구석의 매력을 보여준다. 비 오는 날 파리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 우디 앨런의 유럽 시리즈 중에서 도시의 매력도 가장 잘 드러났고, 영화에 전반적으로 신비로운 느낌이 베어 있다고 해야 할까. 하룻밤 꿈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생각나곤 했다.


노팅 힐 (Notting Hill) – 영국

1999 / 로저 미첼 감독 /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주연

성별이 뒤바뀐 역 신데렐라 스토리.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런던을 마주한 느낌은 별로 없다. 스토리도 캐릭터도 음악도 너무나 좋아서, 배경을 볼 틈도 없다. 포토벨로마켓이 배경이긴 한데, 다른 것들에 가려져서 배경에 대한 기억이 크지 않다. 하지만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 이미 다들 보셨겠지만 🙂


냉정과 열정사이 (冷靜と情熱のあいだ) – 이탈리아

2001 / 나카에 이사무 감독 / 타케노우치 유타카, 진혜림 주연

피렌체라는 도시를 이 영화로 처음 알게 됐고, 영화 속 풍경이 아름다워서 유럽 여행 계획을 짤 때 제일 먼저 일정에 넣었던 도시다. 나도 한 번 두오모를 올라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인지 두오모엔 한국인과 일본인 천지였다 🙂 영화 보는 내내 계속 잘 생겼구나 라는 말만 되풀이하게 만드는 타케노우치 유타카의 절세 미모 앞에 진혜림은 그저 초라할 뿐. 여배우만 캐스팅 잘 됐다면 더 좋아하는 영화가 될 뻔했다. 그리고 완벽한 음악은 보너스.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 – 이탈리아

1953 / 윌리엄 와일러 감독 / 그레고리 펙, 오드리 헵번 주연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을 둘러볼 수 있는, 그리고 직접 가보면 허무할 정도로 별 것 없는 진실의 입까지! 로마 가는 비행기 안에서 봤던 영화라서, 덕분에 로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었다. 오드리 헵번의 수많은 대표작 중에서도 Top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유일하게 본 오드리 헵번의 영화라서 기억에 남는 영화이기도 하다.


맘마 미아! (Mamma Mia!) – 그리스

2008 / 필리다 로이드 감독 /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

유럽 도시 중에서도 꼭 가보고 싶은 도시인 그리스 산토리니. 바로 그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맘마미아는 영화, 뮤지컬로 모두 봤는데, 특별히 굉장한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 듣는 맛에 보는 작품이기 때문에 라이브로 듣는 뮤지컬이 더 좋은 것 같다. 다만, 영화의 장점이 있다면 바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산토리니를 볼 수 있다는 것. 혼자서는 절대 가면 안 될 것 같은 도시라 아직 못 가봤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And Sensibility) – 영국

1995 / 이안 감독 / 엠마 톤슨, 케이트 윈슬렛, 앨런 릭맨, 휴 그랜트 주연

나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좋아한다. 이 영화에서는 특별한 도시가 조명되는 것은 아니지만, 배경이 아름다웠던 기억에 이번 리스트에서 다루고 싶었다. 이안 감독이 헐리우드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받은 영화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에 빛나는 영화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접했는데 연출과 연기, 음악과 배경까지 빠지는 것이 없어서 새벽인데도 굉장히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앨런 릭맨이 연기한 브랜든 대령의 존재감이 압도적.


이번 포스팅 작성하면서 예전에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다시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게다가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어디론가 따뜻한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

다음 릴레이는 마지막에 소개한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포함된 다른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