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리스트 ⑦ – 여덟번째, 내가 아끼는 3부작 영화

언제부턴가 3부작으로 영화를 기획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따지고 보면 『대부』나 『스타워즈』도 있으니 새로운 유행은 아닌데, 『반지의 제왕』 이후 뚜렷해진 경향은 있는 것 같다. 그 많은 3부작 중에서 1, 2, 3편을 다 보고 그것들을 전부 다 재미있게 본 케이스는 많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아끼는 시리즈를 뽑아보았다. 정작 위에서 언급한 『대부』, 『반지의 제왕』 등 안 본 영화들은 제외되었다. 재미없어서 제외된 것이 아님 🙂


백 투 더 퓨처 3부작

1987~1990 /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 마이클 J.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 주연

3부작으로서의 가치는 이 영화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영화들은 4편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빼도 박도 못하게 딱 완결지어버린 깔끔한 느낌.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릴레이 리스트에서 찬양을 했으니, 굳이 이 자리에서 또 할 필요는 없어서 패스.


토이스토리 3부작

1995~2010 / 존 라세터, 리 언크리치 감독 / 톰 행크스, 팀 알렌 주연

픽사가 최초로 제작한 장편 컴퓨터 애니메이션. 이후 지금까지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위치를 자리매김하고 있는 픽사의 시작을 알린 역사적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1편에 비해 2편은 만족스럽지 못 했지만, 3편은 그 여운을 한참동안 떨칠 수가 없었다. 3편은 1편이 만들어진지 15년이 지난 후에 제작됐는데, 실제 작품 속 세월도 15년이 흘러 주인공이 장난감을 떠나보낼 나이가 된 후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는데 4편이 나온다는 소식이 발표되어 복잡다단한 심경이기도 하다 🙂


배트맨 다크 나이트 3부작

2005~2012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게리 올드만 주연

요즘 『인터스텔라』로 다시 한 번 국내에서 주가를 팍팍 올리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름을 강하게 새긴 시리즈. 특히, 맨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어벤저스』도 챙겨보지 않는 나도 이 시리즈는 재미있게 봤다. 남들이 열광하는 만큼 빠져들지는 못 했지만, 『다크 나이트』 만큼은 꽤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가 강렬했고, 그 작품을 마지막으로 고인이 됐기에 더 그런 것 같다. 3편은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2편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리스트에 올렸다.


제이슨 본 시리즈 3부작 

2002~2007 / 더그 라이만, 폴 그린그래스 감독 / 맷 데이먼 주연

하버드 천재를 완벽한 첩보요원을 탈바꿈 시킨 시리즈. 『굿 윌 헌팅』과 『레인 메이커』, 『라운더스』의 이미지가 싹 사라진 것이 신기할 정도. 액션 신과 자동차 추격신이 정말 예술이라서 가끔씩 케이블 TV 에서 방영하면 넋놓고 본다. 『본 아이덴티티』 에서는 시시때때로 나오는 격투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본 슈프리머시』의 마지막 자동차 추격신은 정말 굉장했다. 모든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인 자동차 추격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반면, 여기서 면역이 된 바람에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의외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4편도 나왔지만 주인공도 달라서 같은 시리즈로 취급 안 해서 리스트에 올렸다 🙂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

2002~2007 / 샘 레이미 감독 /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주연

몇 안 되는 열심히 챙겨보는 히어로물이다.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슈퍼맨, 엑스맨 등 아무 것도 보질 않는데, 『스파이더맨』은 꾸준히 보는 편이다. 완전히 세계관이 달라지면 흥미를 잃는 탓도 있지만, 와이어 액션 보는 맛에 입을 벌리고 봤다. 1편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와이어 액션이라 흥미를 갖고 봤는데, 2, 3편에서도 여지없이 넋을 놓게 된다. 취향적격이라고 해야할까 🙂 4편은 제작이 무산되어 본의 아니게 3부작이 되어 버린 셈인데, 좀 많이 아쉽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봤던 영화 또 보는 기분이라 크게 끌리지는 않기도 하고.


터미네이터 3부작

1984~2003 / 제임스 카메론,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 /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연

4편도 나왔고 5편의 예고편도 떴지만, 이 영화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빼고는 터미네이터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3부작으로 끼워 넣었다. 5편에는 다시 주연으로 등장해서 이 마저 모순이지만 🙂 여하튼, 『터미네이터 2』는 정말 엄청났었던 기억이 난다. T-1000이 총을 맞았을 때의 특수효과나 액션, T-1000의 달리기 포즈 등은 만화나 TV의 온갖 코미디물에서 패러디 됐었고, I’ll be back 이라는 대사는 아직까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참 많은 명작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가 아닐까. 부연 설명을 한다는 것이 구차해 보일 정도로 큰 임팩트를 남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비포 시리즈 3부작

1996~2013 /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

다행히도 난 이 시리즈를 꽤 늦게 접해서 기다림의 괴로움이 없었다. 『비포 미드나잇』 국내 개봉을 앞두고 접해서, 미리 시리즈를 복습하고 극장을 찾았다. 9년에 한 편씩, 실제로 작품 속에서도 9년이 흐르고, 정작 영화에서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만 담고 있다. 9년간의 그들의 사정이 대사로만 풀어지는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혼자 여행 떠나는 사람한테 절대 생기지 않을 로망을 심어놓은 몹쓸 영화이기도 하다 🙂 9년 후에 또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아무런 발표도 없었지만 막연히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이번 시리즈는 3부작을 어찌 정의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느라 생각이 많았는데, 3부작을 어떻게 정의한들 어떠하리. 어차피 나 혼자 즐기려고 하는 시리즈인데 🙂

다음 릴레이는 마지막에 소개한 『비포 시리즈』가 포함된 다른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