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리스트 ⑦ – 일곱번째,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

형제애를 다룬 작품을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그 이상으로 좋아하는 소재가 바로 시간 여행이다. 시간을 비틀면 스릴러든 로맨스든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소재라서 너도 나도 많이 시도하지만 자칫하면 어설퍼 보이기 십상인 위험한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 위험에 빠지지 않고 멋드러지게 시간을 요리한 작품 7개를 선정하였다.

이전 릴레이에서 가장 마지막에 다뤄진 『타임슬립 닥터 진』은 릴레이를 이어가다 보니 포함시켰지만, 공교롭게도 못 본 작품이다. 나머지는 정말 정말 좋아하는 작품들 🙂


타임슬립 닥터 진

2000~2011 / 무라카미 모토카 / 20권 완결

현재의 외과의사 미나가타 진이 1800년대로 타임슬립해서 의술을 행한다는 내용. 무라카미 모토카는 전작인 『용』에 이어 다시 한 번 시대물을 그렸다. 시대물이나 의료물은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는 드라마 장르인데, 그것을 섞어놔서 그런지 일본과 국내에서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슈타인즈 게이트

2011 / 24화 완결

몇 년간 TV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다가 최근에 추천을 받아서 본 작품인데, 정말 반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계속해서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사랑의 블랙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나비효과』,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시간 여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백 투 더 퓨쳐』가 떠오른다. 물론, 이들을 표절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장점만 잘 취해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라이트노벨을 보고 있다. 원작으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애니메이션의 음악까지 좋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그것 하나만 아쉽다.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2013 / 이진욱, 조윤희 주연 / 20부작

완성도가 높으면 케이블 드라마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그리고 이진욱과 조윤희를 주연급으로 만들어버린 케이블 계의 대표작. 주인공인 이진욱이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향 9개를 얻으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가족의 죽음을 되돌리고 싶어서 향을 쓰기 시작했는데, 의도한대로 과거를 돌려놓으면 또 다른 무언가가 엇갈리게 되는 설정이 반복된다. 마치 『강철의 연금술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등가교환의 법칙을 따르는 느낌이랄까. 드라마 자체도 참 좋았고, OST도 버릴 곡이 없어서 자주 듣기 때문에 자주 생각나는 드라마다. 그런데 기욤 뮈소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이진욱과 나인의 제작진이 뭉친 『삼총사』가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으면서, 당시의 화제성에 비해 평가 절하되는 느낌이라 아쉽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2006 / 호소다 마모루

개인적으로 최고의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꼽는 작품이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이 취향에 맞지 않는 편인데, 그 취향을 저격한 자가 바로 호소다 마모루. 『시간을 달리는 소녀』 한 작품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었다. 물론, 그 이후 발표한 『늑대 아이』, 『썸머 워즈』도 좋았다.

주인공 마코토는 우연한 기회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는데, 그것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참 소소한 것들이다. 시험을 다시 본다든가, 노래방에서 계속해서 노래를 부른다든가, 친한 친구가 고백해서 어색해진 사이를 되돌리고자 한다든가…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되돌렸지만, 큰 힘에는 그만큼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깨닫고 성장하는 모습을 잔잔하고도 강렬하게 그려냈다. 특히, 마지막 고백 장면의 연출은 잊을 수가 없다. 극장에서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일어날 수 없게 하는 엔딩곡 ガーネット (가넷) 도 그렇고.


사랑의 블랙홀

1993 / 해롤드 래미스 감독 / 빌 머레이, 앤디 맥도웰 주연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시간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가 본지도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이 영화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조롱조의 패러디물에 사용되는 용도일 때도 많지만 🙂 다른 영화들은 본인이 원해서 시간을 거스르는데, 이 영화만큼은 주인공이 원치 않는 오늘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점이 특징. 재미와 교훈이 모두 담긴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내용을 작성하면서 알았는데, 이 영화를 연출한 해롤드 스미스가 올해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명복을 빕니다.


나비효과

2004 / 에릭 브레스, J. 마키에 그러버 감독 / 애쉬튼 커쳐, 에이미 스마트 주연

이 영화도 벌써 10년 전. 나비효과라는 용어를 알리는데 큰 도움을 한 영화가 아닐까. 과거로 돌아가 한 행동이 미래에 걷잡을 수 없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으로, 앞서 언급했던 『슈타인즈 게이트』 나 『나인 : 아홉 번의 시간 여행』 과 유사하다. 이 애니메이션과 드라마가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나비효과』는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뒤흔들어놔서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기분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충격적.

이 영화에서 주목 받은 에이미 스마트는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그 이후에서는 화제작에 좀처럼 나타나질 않는다. 그리고 이 감독들은 이 영화 이전에도 이후에도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백 투 더 퓨쳐 3부작

1987~1990 /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 마이클 J.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 주연

DVD가 인기일 때, 나오자마자 구매한 3부작. 애초에 3부작으로 기획하고 만든 작품답게, 매우 깔끔하게 연결되고 마무리되었다. To be Continued, To be Concluded 로 연결될 때의 그 짜릿함. 드로이안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고, 호버 보드를 타고 추격적을 펼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호버 보드 타고 다니는 그 시대가 바로 내년이다 🙂

1~3편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고, 하나하나의 복선이 말도 못 하게 많다. 그리고 치밀하게 잘 짜여져있다. 완성도면에서나 오락성면에서나 앞으로도 두고 두고 회자될 명작. 나온지 25년이 넘었다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 지금도 이런 영화 만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유독 생각나는 영화가 많았다. 주걸륜의 『말할 수 없는 비밀』, 레이첼 맥애덤스 주연의 『시간 여행자의 아내』, 그리고 안 좋은 사례로 김현석 감독의 『열한시』, 브루스 윌리스와 조셉 고든 래빗 주연의 『루퍼』 라든가. 그만큼 시간 여행은 많이 다루지만, 잘 다루기 쉽지 않은 영역인 것 같다.

다음 릴레이는 마지막에 소개한 『백 투 더 퓨쳐』가 포함된 다른 주제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