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전날 – 훌륭한 대중적인 성인 만화

작년 말, 이름 모를 작가의 만화가 꽤 화제가 됐었다. 호즈미 작가의 『결혼식 전날』.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13> 여성만화 부문 2위에 오른 만화라는 카피가 눈에 띄는데, 사실 제목처럼 대단한 타이틀은 아니다. 물론, 여기에 선정된 만화들은 한 번쯤 눈여겨 볼 필요는 있지만, 사설기관 (아마도 출판사로 알고 있음) 에서 매년 남성편, 여성편 Top 10을 선정하는 것으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정된 만화들은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졌겠지만, 상당수는 국내에 출판조차 되지 않곤 한다. Top 10에 선정된 만화들 중 히가시무라 아키코의 『かくかくしかじか』, 타나카 아이의 『千年万年りんごの子』은 아직 미출시다. 1위의 『내 이야기!!』 를 비롯하여 3위의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4위의 『히바리의 아침』 등은 모두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아는 사람들만 찾아서 보는 만화랄까. 굳이 <이 만화가 대단하다!>에 선정된 만화를 하나씩 짚는 이유는, 저 타이틀이 판매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호즈미의 『결혼식 전날』은 국내에서 15일만에 3쇄에 들어갔을까. 정말 만화책 안 팔리는 이 나라에서, 그것도 신인 작가의 만화가 말이다. 나는 이 만화가 훌륭한 대중적인 성인 만화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인 만화란 19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20~30대 이상의 성인이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가 있는 만화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만화는 유독 판타지나 코믹이 많아 독자가 제한적이거나 일회성 컨텐츠로 다뤄지는 경향이 큰 편이다. 반면, 이 만화는 결혼,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갖고 짧고도 진하게 그려냈다. 단편 각각의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단행본 전체의 구성이 인상적이다. 이건 꼭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노코멘트. 굳이 리뷰를 작성하게끔 만든 그런 부분이다 🙂

잘 만들어진 만화는 잘 팔린다는 것을 보여줘서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나이 먹어서 만화 보면 이상하게 여겨지는 이 상황에서는 이런 만화들의 작은 성공들이 필요하다. 차기작인 『안녕, 소르시에』는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14>에서 여성만화 부문 1위에 오른 만화다. 반 고흐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라는데, 어떤 내용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