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정리하며

2015년 마지막 날. 블로그를 최근에 많이 못 했지만 그래도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우니까 올 한해를 되돌아보려고 한다. 큰 변화가 있었기에 그냥 넘길 수가 없기도 하니.

올해 6월, 퇴사를 했다. 작년 5월경부터 올해 6월에는 퇴사를 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을 할 정도로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지치는 날이 너무 많았다. 특히, 보고를 위한 문서 작업이나 너무 많은 회의 등이 그랬다. PM역할이 대부분 그렇듯, 각자의 입장이 뚜렷한 사람들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도 힘들었다. 즉, 새우등 터지는 일이 많았단 얘기. 이러니 저러니 해도 퇴사 사유에 해당할 정도의 일은 아닐 수 있지만, 그냥 나에겐 안 맞았던 것이다. ‘회사생활이 다 그렇지’ 라고 생각하며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바깥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서 조바심이 났던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중간에서 의견 조율하면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내 목소리를 담고 싶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여튼, 퇴사 이후 미국 여행이라는 내 나름의 로망을 실현시킨 후 이사까지 하고서야 비로소 내 일을 한다는 실감이 났다. 어떻게 실감이 났냐면, 돈이 안 들어와서 실감이 났다 🙂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지 ?’ 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예전에는 지시가 내려오고, 어떻게 해야 할지만 고민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다른 종류의 고민이 많아졌다. 생각의 범위도 제한이 없으니 좋게 말하면 자유롭고, 실질적으로는 막막한 경우도 많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재미있다. 적어도 소모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창업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운영해왔던 코믹시스트를 기반으로 아이템을 구상했으나, 시장이 너무 변했다. 약 12년이란 시간 동안 접했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못 생각했었다. 코믹시스트는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었다. 긴 시간 동안 곱지 않은 시선(나잇값 못한다는 소리, 만화를 볼 수 없는 사이트니 쓰레기라는 소리 등)을 받으며 운영했기에, 가능성이 있든 없든 붙잡고 있었다. 초반 5년은 즐겁게 운영했고, 후반 7년은 집착이라고 보는게 맞다. 내가 이렇게 오래 했는데 이대로 죽겠냐며,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오기였다. 그렇게 미련을 버리지 못 했던 시간을 보내왔는데, 퇴사를 한 시점에서는 내가 놀랄 정도로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었다. 수익원이 없는 상태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붙잡고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멘붕의 시간을 거쳐 (좋은 말로 피봇) 외국어라는 아이템을 정했다. 나는 국내 온라인 시장에선 성인물을 제외하면 게임과 쇼핑, 교육 외에는 유저가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해왔다. 그래서 각 분야별로 하고 싶었던 아이템이 어렴풋하게나마 있었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외국어 시장으로 잡았다. (요즘에는 소개팅 시장도 꽤 훌륭한 시장이라고 생각)

내년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향을 잡기 위해, 올해 4분기에는 영어와 일본어를 갖고서 몇 가지 시도를 했다. 영어 공부를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 스터딩캣을 운영하면서 컨텐츠별로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고, 일본어 공부를 위한 네이버 포스트 1분 일본어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어용으로는 가장 기본 형태의 안드로이드 앱을 3일 전에 출시했다. (받아주세요! 신규 인기앱에서라도 순위에 들고 싶어요 :))

그리고 외국어만 보고 있으니 우울해져서 🙂 1년 반 전에 출시한 무료영화 for olleh tv 앱도 관리하고 있다. 난 영화나 만화 등을 좋아해서 이런 분야가 재미는 있지만, 영화나 만화를 바로 보여줄 수 없다면 욕먹기 딱 좋은 아이템이라 (지금도 욕을 많이 먹고 있음. 무료로 최신 영화를 못 보는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취미로만 하고 있다.

이렇게 2015년을 되돌아보니, 회고를 빙자한 광고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 그래서 조금만 덧붙이자면.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할 때, 친구나 선후배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왜 ?” 였다. 나는 “재미있는 일 하고 싶다. 회사 다니는게 재미가 없네.” 라고 답했고, 성별과 나이의 많고적음에 관계 없이 마치 짜기라도 한듯이 “일을 무슨 재미로 하냐. 그냥 다니는거지.” 라고 답했다. 그 답변이 좀 서글프기도 했는데, 내년에는 재미있게 일해보고 싶다.

  • 강형구

    1년동안 좋은글 좋은 인싸이트 감사했습니다. 새로운 도전 응원합니다. 올 한해도 수고하셨습니다

    • 말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박정수

    안녕하세요. 아주 우연히 이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몇 개 읽었는데 글이 너무 와닿습니다.
    (저는 현재 수료상태인 대딩입니다.) 개발도 가능하신 기획자이신거 같은데 대단합니다.
    코믹시스트는 어떤 계기로 만드신 건가요?
    아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코믹시스트는 수능 끝나고서 당시 푹 빠졌던 만화 팬페이지 만들면서 시작한 사이트입니다. 그러다 점점 빠져들면서 일을 크게 벌였었죠 ^^
      말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