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번째 포스팅

어느덧 300번째다. 

1주일에서 한 달 정도 끄적거리다 닫은 블로그가 이쪽 저쪽에 산적해있다. 뭔가 해보고 싶었는데 해보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금방 놓아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내가 부족하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고, 나한테 손해될 것도 없다. 그래서 나름대로 강제성을 부여해서 시작을 하니, 점점 놓지 못 하게 됐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습관으로 정착하게 된 데에는 워드프레스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블로그는 의미없는 댓글이 너무 많이 올라오는데다 (날씨가 너무 좋아요, 제 블로그에도 오세요 같은 댓글), 글의 반응이 글 자체가 아니라 검색어에 달렸기 때문이다. 잘 쓰여졌는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그냥 인기 검색어에 걸리면 트래픽 대박이 터진다. 반면에 워드프레스는 그런 요행(?)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단순히 방문객 좀 끌어보려는 시도 자체를 안 하고, 온전히 내 생각만 쓰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검색이 안 되는게 장점이라니, 이런 아이러니함이라니.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원래는 검색에 잘 걸린다. 네이버에 안 걸릴 뿐이다)

나에겐 단순히 ‘블로그 하고 싶다’는 마음을 충족시킨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이렇게 해야 뭔가 끝난 기분이 든다. 얼마 전에 손에 잡히는 경제 팟캐스트를 듣는데, 어떤 것을 공부할 때 번거롭고 귀찮은 방법 (=재미없는 방법)으로 공부를 하면 뇌에 해부학적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고 한다. 그냥 읽고 넘어가면 단기기억에 머물지만, 뭔가 ‘고생스럽게 공부를 해야’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특정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블로그를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지만, 굳이 매일 포스팅은 안 하려고 한다. 300번을 했으니 이제 어느 정도 습관은 된 것 같고, 매일 써서 좋은 것도 있지만 놓치는 것도 있으니 다음부터는 그런 점들을 보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