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리스트 ⑦ – 열네번째, 본인만의 색이 뚜렷한 작가와 감독

보고 싶은 작품을 고를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가와 감독이다. 매번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사람도 좋지만, 뚜렷하게 자기 색을 지닌 작가와 감독이 더 좋다. 그리고 그 색이 나랑 맞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만의 색이 뚜렷한 작가와 감독들을 적어보았다. 물론, 내가 다 좋아하는 작가와 감독들이다. 


아다치 미츠루

터치, H2, 러프, 크로스게임, 믹스

30년이 넘어도 한결 같다. 한결 같다는 말은 자기 복제가 심하다는 비판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자기 복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살아보고 싶은 작품 속 세계 1위’를 항상 차지하고 있는 작가인 아다치 미츠루. 왜 나는 이런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 했던가, 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독자는 없을 것 같다. 8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대표작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스러운 점도 많은 작가다. 


신카이 마코토

초속 5cm, 언어의 정원, 별의 목소리

실사와 구분도지 않는 3D 애니메이션의 매력도 대단하지만,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속 배경만큼은 아니다. 고해상도 스크린샷은 어느 화면을 갖다 써도 배경화면으로 손색이 없다. 서정적인 스토리와 연출, 음악, 그리고 환상적인 영상미는 신카이 마코토만의 색이다. 그림 한 장만으로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면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는 점은 작가로서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앤드류 니콜

가타카, 시몬, 인 타임, 로드 오브 워

요즘은 그의 작품들을 손꼽아 기다리진 않지만, 초창기의 앤드류 니콜은 정말 좋아했다. 나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 가상의 설정을 한두개 부여한 SF를 참 좋아하는데, 그의 작품들이 그렇다. 완벽한 유전자 조합이 가능해지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가타카』, 실제 배우와 구분이 되지 않는 수준의 가상배우가 등장하는 『시몬』, 시간이 화폐가 되는 세상 『인 타임』 까지. 이런 SF는 너무나 취향인데 이후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다시 에단호크와 손잡은 『굿 킬』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에는 잘 되길!


후루야 미노루

두더지, 시가테라, 심해어, 낮비

『이나중 탁구부』 때문에 엽기 만화가로 알려져있지만, 후루야 미노루는 누구보다도 청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다. 특히, 『시가테라』 이후에 같은 노선의 작품을 연이어 발표하는데 사실 자기 복제 수준의 작품들이라는 생각이다. 열심히 챙겨보고 있지만 이 만화와 저 만화가 구분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떻게 끝날지 예상하기 힘든 점 때문인지 칙칙하고 우중충한, 그래도 희망이 조금은 숨어있는 그만의 스토리에는 몰입도가 있다.


이와이 슌지

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슌지는 블랙 이와이, 화이트 이와이로 나눌 정도로 작품 색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국내에 잘 알려진 작품들인 『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 는 모두 화이트 이와이에 속하는 작품들로 영상미, 음악, 서정미가 돋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나도 이쪽이 좋다. 블랙 이와이에 속하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피크닉』 등은 같은 감독이 맞나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이제는 뭐가 되든 좋으니까 영화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안 하고 있는 것인지…


던칸 존스

더 문, 소스 코드

내 맘대로 차세대 앤드류 니콜로 부르고 있는 감독인데, 마찬가지로 크게 뒤틀지 않은 설정의 SF작품을 내놓고 있다. 『그래비티』 리뷰 때 말했던 것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적은 인원이 출연하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감독들의 작품이 다 그렇다. 헐리우드에서도 『더 문』과 『소스 코드』 두 편 만으로 주목받는 감독이 되었고, 그래서 큰 자본이 들어간 게임 원작의 영화 『워크래프트』의 연출을 맡았다. 그 동안의 스타일과는 달라질 것이 뻔해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어쩐지 앤드류 니콜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느낌적인 느낌.


최동훈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범죄의 재구성』 한 편으로 완전 반했다.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 같아서, 이 영화를 DVD로 한글 자막 틀어놓고 보면 숨겨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그 이후에도 이런 뒷골목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릴 때 더욱 빛나는데, 『타짜』와 『도둑들』 모두 이런 계통의 영화다. 다음 작품 『암살』은 누가봐도 올해 최대 기대작이긴한데, 이런 계통의 영화는 아닌 것 같아서 또 흥행할 수 있을런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다음 릴레이에는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 포함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