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리스트 ⑦ – 열한번째, 데뷔부터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만화가

만화나 영화나 음악이나 딱 1편으로만 주목을 받고 그 이후에는 그대로 잊혀지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특히, 노래는 그런 사례가 정말 많아서 ‘한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일컫는 one hit wonder 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만화계도 적지 않다. 데뷔작으로 빵 터뜨린 다음에 그 이후에는 실패만 이어가다 자기 복제만 하는 케이스가 많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데뷔부터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만화가’이다. 내가 일본 만화를 좋아하다 보니, 이번에는 일본 만화만 다루었고 엄밀히는 데뷔작과 두번째 작품이 연속으로 흥행하지 않은 케이스도 있다 🙂


모리 카오루 (森薫)

엠마, 신부 이야기

1978년생 여성 만화가. 2002년에 그린 『엠마』로 데뷔하였으며 2005년과 2007년에 두 차례에 걸쳐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2005년에는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부문 우수상을 수상. 이 만화로 모리 카오루를 알게 되어 이후 발매한 단편집 『셜리』와 『습유집』, 『신부 이야기』 에 이르기까지 발매만 되면 무조건 구매하고 있다. 『신부이야기』 도 상복이 많은 만화다. 2008년부터 연재되고 있으며 2011년과 2013년에 각각 만화대상 2위에 올랐고, 2014년에는 대상을 받았다. 현재 6권까지 연재 중이다.

모리 카오루는 취향이 확실해서 좋다. 19세기 영국 덕후에 메이드 덕후다. 『신부이야기』는 동아시아쪽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여기서도 코스튬 덕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우미노 치카 (羽海野チカ)

허니와 클로버, 3월의 라이온

나의 베스트 작가 중 1명이다. 보는 사람마다 『허니와 클로버』를 추천하고 다녀서 민망할 정도. 초기에는 동인지도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서, 실질적인 데뷔작은 『허니와 클로버』라고 보면 된다.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06년과 2007년에 모두 1위를 했고, 강담사 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만화는 집영사에서 연재됐는데 라이벌 출판사에서 상을 수상했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2000년부터 6년간 그린 『허니와 클로버』는 OSMU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TV애니메이션도 2기까지 제작됐고,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미대생 5명의 엇갈리는 짝사랑 사이클과 꿈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주로 그려진 작품으로, 무조건 봐야 하는 작품이다 🙂

이렇게 한 작품을 좋아해버리면 다음 작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일본 장기를 주제로 한 만화라 굉장히 아쉬워했는데, 다행히 장기가 메인으로 다뤄지지 않아 이해에는 어려움이 없다. 역시나 캐릭터의 감정을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여, 이번에도 훌륭하다. 그래서 또 상복이 많다. 다 쓰기엔 너무 많고, 강담사 만화상과 데츠카오사무 만화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번에는 강담사에서 연재한 작품이라 『허니와 클로버』 와는 다른 케이스) 현재 10권까지 연재 중이다. 앞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또 한번 폭발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으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길 기대하고 있다.


마츠이 유세이 (松井優征)

마인탐정 네우로, 암살교실

이번에 소개하는 만화가 중에 유일하게 아무 만화도 보지 않은 만화가인데, 딱 주제에 부합하는 만화가라서 추가하였다. 최고의 인기 만화 잡지인 『주간소년점프』의 차세대 에이스라고 보면 될까. 누구나 알고 있는 원나블 (원피스 + 나루토 + 블리치) 가 연재되고 있는 바로 그 잡지에서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다.

『마인탐정 네우로』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연재되었고, 수수께끼를 먹고 사는 네우로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만화. 2007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사실, 이 만화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서 관심이 없었는데 후속작인 『암살교실』 때문에 이 만화가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졸업 전까지 선생을 암살해야 한다는 설정으로, 일본에서 연재 초반부터 크게 인기를 모은 만화다. 금년 1월부터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다. 현재 12권까지 연재 중이다.


나카무라 히카루 (中村光 )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리지, 세인트 영멘

1984년생 여성 만화가. 미모의 작가로도 잘 알려졌는데, 알고보니 16세에 일찌감치 데뷔한 만화가다. 이 때 그린 만화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 했는지 국내에는 출간이 안 됐고, 2004년에 연재를 시작한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리지』의 독특한 개그 코드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취향을 타는 개그라서 국내에서는 일부 매니아들에게만 어필하였다. 나도 애니만 조금 보다 말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까지 모두 제작되었고, 아직까지 연재 중이다.

이어서 대박이 난 것은 바로 『세인트 영멘』이다. 예수님과 부처님이 하계로 내려와 휴가를 보낸다는 어마어마한 설정을 잘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고 있다. 종교를 이렇게 대놓고 건드리다니, 일본 만화의 소재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역시나 애니메이션 OVA와 극장판으로 제작되었다. 현재 10권까지 연재 중이다.


호즈미 (穂積)

결혼식 전날, 안녕 소르시에

근래 가장 주목할만한 대형 신인이 아닐까. 2013년도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성편 2위에 이어 2014년도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성편 1위를 차지한 호즈미. 데뷔작인 『결혼식 전날』은 결혼에 관련된 6개의 단편을 묶은 단편집인데, 결혼,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갖고 짧고도 진하게 그려냈다. 단편 각각의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단행본 전체의 구성이 인상적이다.

『안녕, 소르시에』는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이야기를 그린 두 권짜리 만화다. 나도 아직 보지 못 한 만화인데, 난 형제애를 다룬 작품들을 좋아하니 이 만화도 조만간 구매할 예정이다. 이번 리스트에서 소개한 만화가들은 전부 장편 만화가를 그리는 만화가들인데, 호즈미 작가는 중단편의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짧은 호흡으로 볼 수 있는 만화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 반갑고 기대되기도 한다.


아라카와 히로무 (荒川弘)

강철의 연금술사, 은수저

여기서 소개한 만화가 중에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는 만화가다. 데뷔작인 『강철의 연금술사』는 최고의 소년 만화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2001년부터 10년 동안 연재되며 6,100만부 이상 판매된 초대형 히트작이다. TV애니메이션으로도 2차례, 극장판으로도 2차례 제작됐다.

이어서 『수신연무』, 『백성귀족』, 『은수저』 등을 모두 후속작으로 말할 수 있을텐데 『수신연무』는 그림만 담당했고, 『백성귀족』은 에세이 만화이니, 『은수저』가 정통 후속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농장을 배경으로 한 청춘 성장만화로, 『백성귀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작가가 7년 동안 농업에 종사했던 경험이 그대로 반영된 만화다. 아무리 그런 점을 감안해도 『강철의 연금술사』와는 모든 면에서 다른 만화라서, 어떻게 이런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다.


아즈마 키요히코 (あずまきよひこ)

아즈망가 대왕, 요츠바랑!

1999년에 『아즈망가 대왕』 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그 전에도 작가 활동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은데, 단행본으로 발매된 것은 아즈망가 대왕이 첫째다. 6명의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한 4컷 만화인데, 이 만화의 치요와 오사카는 아직까지도 자주 거론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 캐릭터들이다.

이어서 발매된 『요츠바랑!』 도 특유의 여유있는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만화 속 세계관 중 하나다. 배경은 현실적인데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비현실적 느낌. 너무나 평온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요즘 말로 힐링 만화라고 보면 되는데, 단행본 한 권 나오는데 걸리는 기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다가 힐링이 안 된다 🙂 애니메이션을 가장 기다리는 작품 중 하나인데 이상하리만치 소식이 없다. 작가가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꼭 완결이 된 후에라도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현재 12권까지 연재 중이다.


코믹시스트를 닫아놓은지 오래되어서 간만에 만화 이야기를 작정하고 쓰니 좋았다 🙂

다음 릴레이에는 아즈마 키요히코나 『요츠바랑!』, 『아즈망가 대왕』 과 관련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